사는 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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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을 살펴준 사람

혼자 산다는 건, 혼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아파도 혼자 병원에 가고,불편한 곳이 있어도 스스로 살펴야 한다.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내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등 뒤가 그렇다.가려워도 시원하게 긁지 못하고,무언가 생겨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잠을 잘못 잤는지 어깨 통증이 심해 집 근처 한의원을 찾았다.침대에 엎드려 침을 맞고 있는데,치료를 마무리하던 나이 지긋한 간호사분의 손길이문득 내 어깨 뒤쪽에서 멈췄다.잠시 후, 그분은 작은 피지 덩어리 하나를 손끝에 올려 보여주셨다.내가 평생 들여다볼 수 없었던 곳.내 몸에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간호사님, 이건 왜 빼주셨어요?"나는 조금 쑥스러운 마음으로 물었다.그분은 아주 담담하게 말씀하셨다."그냥, 눈..

바람이 머문 가을 바다

맑고 높게 트인 하늘,가을이 깊어지면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낚싯대를 챙겨 차 트렁크에 싣고 시화호로 향했다.차창을 내리자 바닷바람이 콧끝을 스친다.차갑지도 덥지도 않은 바람이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시화호에 도착하니 맑고 푸른 하늘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방파제 석축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던졌다.젊었을 때라면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고자리를 옮겨 다녔을 텐데,이제는 앉아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조금씩 실감한다. 물고기 잡는 것보다그저 탁 트인 가을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더 좋았다.한 줄기 바람을 맞고, 물결을 바라보고,잠시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늘은 물고기 대신가을 바다의 풍경을 마음에 담고 돌아왔다.

10월, 쓸쓸함이 약이 되는 나이

마주 앉은 막걸리 잔 위로 청춘의 이야기들이끊임없이 떠다니던 날들이 있었다.별것 아닌 일에도 눈물이 나도록 웃고,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 채 꿈을 나누던 친구들.그 당연했던 순간들이훗날 이토록 애틋한 향수로 남을 줄은그때의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10월이 되니 밤공기가 달라졌다.스쳐 가는 바람 끝에 알싸한 쓸쓸함이 묻어난다.계절은 이렇듯 어김없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혼자 사는 날들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생각하면서도문득 가끔은,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진다. 시장 모퉁이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선술집에서노릇한 감자전 한 접시에 막걸리 잔을 비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행 열매가 발밑에서 으깨지고특유의 시큼하고 꿉꿉한 냄새가 코끝에 올라온다.누군가는 싫어할 냄새겠지만 나는 그 냄새가 싫지 않다.그 냄새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