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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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에서

시월의 마지막 날이면 오래된 노래 한 곡이 생각난다.“지금도 기억하고 있나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한때는 무심히 흘려듣던 노래였는데,어느덧 세월의 깊이만큼 그 가사가 마음에 스며든다. 가을의 깊은 빛이 내려앉은 인천대공원.계절이 저물어가는 길목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에오래된 추억이 깨어난다.햇살은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져 내리고, 붉고 노란 잎들은 바람결에 흔들리다 하나둘 길 위에 내려앉는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 서면 지나온 시간도, 그리운 사람들도 문득 마음속에 되살아난다. 가을은 그렇게 풍경 속에 추억을 남기고 우리 마음에 조용히 머물다 간다. 굽이굽이 지나온 세월을 등에 지고도 여전히 곧고 단정한 어르신의 등 뒤로삶의 깊은 연륜과 따스한 여유가 스며든다. 호숫가에 나란히 앉..

우리네 아버지를 닮았던 배우

참 좋아했던 배우였다.화면 너머로 전해지던 그의 따뜻한 미소와 묵직한 목소리는언제나 우리에게 든든한 안식처 같았다.그가 연기한 아버지의 얼굴에는 언제나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표현은 서툴러도 마음만큼은 온통 자식 향해 있던 우리네 아버지들의 진짜 모습이었기에,그의 연기를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곤 했다.그런 그가 스산한 계절에 우리 곁을 떠났다. 꽃은 져도 다시 피어난다.그러나 사람의 삶에는 다시 피어나는 봄이 없다. 떠나간 사람은 추억 속에 남고, 함께했던 시간은 그리움이 되어 가슴 한편에 자리한다. 오늘 아침 문득 깨닫는다. 영원할 것 같았던 모든 순간도 결국은 지나간다는 것을.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내 곁의 소중한 인연들에게 더 많이 웃어주고 더 따뜻한 마음을 전하며..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바깥사돈님과 아버님.이곳에 두 분이 계신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먼저 바깥사돈님을 찾아뵙고, 이어서 아버님께 향했다. 삶과 죽음이 나뉘는 곳.하지만 이곳에도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누군가는 떠나고,누군가는 남겨진 자리에서 살아간다. 아버님을 찾아뵌 날,조용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버님이 계신 봉안담 앞,차가운 석판 벽에 한참을 기대어 서 있었다.애써 참았던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렸다. 이별은 시간이 흐른다고익숙해지는 일이 아닌가 보다. 두 분께 차례로 인사를 드리고 나니마음 한편이 먹먹해진다. 떠난 사람은 곁에 없지만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떠나보낸 사람을 마음에 품고그리움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가을 새벽, 그리운 이름 하나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났다.창문을 조금 열자 선선하다 못해 서늘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며 지나갔다.계절이 어느새 이토록 깊어지고 있었구나.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었다.그러다 문득, 2년 전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가끔은 이렇게 아무 예고도 없이 그리움이 찾아온다. 이제는 세상에 안 계신 나의 아버지.내 코끝을 스치는 이 서늘한 가을 바람을,아버지는 청춘의 어느 날 새벽에도 매일같이 맞이하셨을 것이다.바람이 차가워지는 새벽이면 자식들 이불을 덮어주던 손길,내가 따뜻하게 잠든 밤에도 아버지는 내일을 걱정하셨을 것이다.내가 배불리 먹고 웃던 날에도 아버지는 가족의 앞날을 생각하며혼자 깊은 한숨을 삼키셨을지 모른다.당신의 피곤함보다 자식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