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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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바깥사돈님과 아버님.이곳에 두 분이 계신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먼저 바깥사돈님을 찾아뵙고, 이어서 아버님께 향했다. 삶과 죽음이 나뉘는 곳.하지만 이곳에도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누군가는 떠나고,누군가는 남겨진 자리에서 살아간다. 아버님을 찾아뵌 날,조용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버님이 계신 봉안담 앞,차가운 석판 벽에 한참을 기대어 서 있었다.애써 참았던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렸다. 이별은 시간이 흐른다고익숙해지는 일이 아닌가 보다. 두 분께 차례로 인사를 드리고 나니마음 한편이 먹먹해진다. 떠난 사람은 곁에 없지만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떠나보낸 사람을 마음에 품고그리움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가을 새벽, 그리운 이름 하나

이른 새벽, 잠에서 깨어났다.창문을 조금 열자 선선하다 못해 서늘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며 지나갔다.계절이 어느새 이토록 깊어지고 있었구나.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었다.그러다 문득, 2년 전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가끔은 이렇게 아무 예고도 없이 그리움이 찾아온다. 이제는 세상에 안 계신 나의 아버지.내 코끝을 스치는 이 서늘한 가을 바람을,아버지는 청춘의 어느 날 새벽에도 매일같이 맞이하셨을 것이다.바람이 차가워지는 새벽이면 자식들 이불을 덮어주던 손길,내가 따뜻하게 잠든 밤에도 아버지는 내일을 걱정하셨을 것이다.내가 배불리 먹고 웃던 날에도 아버지는 가족의 앞날을 생각하며혼자 깊은 한숨을 삼키셨을지 모른다.당신의 피곤함보다 자식의 ..

갈대밭의 추억

가을이 깊어지면 문득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통기타를 배우던 시절부터 참 좋아했던 가수, 백영규의 노래다.그의 노래에는 가슴 한구석을 조용히 파고드는 애잔함이 있었다. 사랑의 그리움도, 떠나간 사람을 향한 마음도 어쩌면 그리도 내 마음 같은지, 기타 줄을 튕기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에 젖어들곤 했다. 청량리에서 비둘기호를 타고친구들과 통기타를 메고 떠나던 스무 살의 가을.양수역에 내려 북한강 철교를 건너기 직전양수리 입구 강변 갈대밭을 찾았던 날들이 있었다.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갈대밭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며 잔잔한 소리를 냈다. 우리는 그곳에 자리를 잡고 기타를 꺼냈다.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그 곁에서 화음을 맞추었다. 서툰 기타 솜씨에도 좋아하는 노..

내 등을 살펴준 사람

혼자 산다는 건, 혼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아파도 혼자 병원에 가고,불편한 곳이 있어도 스스로 살펴야 한다.그런데 아무리 애를 써도 내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등 뒤가 그렇다.가려워도 시원하게 긁지 못하고,무언가 생겨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잠을 잘못 잤는지 어깨가 몹시 아파 집 근처 한의원을 찾았다.침대에 엎드려 침을 맞고 치료가 끝나갈 무렵이었다.치료를 마무리하던 간호사분의 손길이 문득 내 어깨 뒤쪽에 머물렀다.잠시 뒤, 그분은 손끝에 작은 피지 덩어리를 올려 보여주며 가볍게 웃었다.내가 평생 들여다볼 수 없었던 곳.내 몸에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간호사님, 이건 왜 빼주셨어요?"조금은 멋쩍고 고마운 마음으로 물었다. 그러자 그분은 별일 아니라..

가을 바다 (시화방조제)

맑고 높아진 가을 하늘.가을이 깊어지면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낚싯대를 챙겨 차 트렁크에 싣고 시화호로 향했다.차창을 조금 내리니 바닷바람이 부드럽게 밀려든다.서늘한 듯 포근한 바람이여름의 흔적을 조용히 지우고 있다. 시화호에 도착하니 맑고 푸른 하늘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방파제 석축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던졌다. 물고기 잡는 것보다그저 탁 트인 가을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더 좋았다.한 줄기 바람을 맞고,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마음은 충분히 풍성했다. 젊었을 때라면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고자리를 옮겨 다녔을 텐데,이제는 이렇게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더 좋다.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조금씩 실감한다. 오늘은 물고기 대신가을 바다의 풍경을 마음에 담고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