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쉼표하나

..

. 강촌 2016. 12. 25. 14:13

 

 

 

 

 

 

 

81년..

돐도 안된 큰애와 신혼의아내를 홀로 집에 남겨두고

쿠웨이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중동취업..

사랑하는 가족과의 첫 이별..그리고,

난생 처음 타 보는 비행기..

 

발밑 김포공항이 성냥갑처럼 작게 보일 즈음..

무릎위로 하염없이 떨어지던 눈물..젊디젊은 사내는 그렇게 고향을 떠났다.

 

섭씨50도가 넘는 엄청난 폭염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얼마나 뜨거웠던

눈도 제대로 뜰수도 없었다.

 

모래바람이 일면  안개낀듯 온통 세상이 노랬다.

눈,귀..심지어 입안까지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 모래가루가 씹혔다.

맑은 날은 드물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내 조국이 축복받은 나라임을 처음 깨닫게 해준 곳..

 

건설붐이 일던 1970~80년대의 중동은

혈혈단신 고국을 떠나온 남자들의 땀내 가득한 일터였다.

 

숨막히는 더위속에서도 무거운 안전장구를 몸에 갖춰야했고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모두가 무던히들 애썼다.

 

 새벽별 보고 출근해..

밤 별보고 퇴근했던 3년이란 긴 세월..

가족을 위해 힘든줄  모르고 야간,철야작업을 밥 먹듯 해댔다..

 

돐도 안된  아이는.. 어느새,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사진속 싱그럽던 스물여섯의 사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육십고개를 넘고 말았다.

 

세상이 바뀌면서 중동 건설현장은 더 이상 꿈같은 동경의 일터가 아닌,

고되고 뜨거운 타국 땅으로 남았을 뿐이다.

'마음에 쉼표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17.01.21
..  (0) 2017.01.07
..  (0) 2016.10.02
..  (0) 2016.09.17
..  (0) 2016.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