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쉼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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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촌 2014. 10. 31. 22:49

 

새벽에 내리던 비가 오후되니 멈췄다..운동삼아 근처 작은 산에 갔다.
이름을 아는 나무보다 모르는 나무가 더 많았다. 벌써 가을이 상당히 진행되어 형형색색.. 알록달록..
본격적으로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때마다 후두둑 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졌다..

 

나무 밑에는 낙옆이 수북하게 쌓였다.

지나는 바람에 도토리도 쌓인 낙엽위로 힘없이 떨어졌다

 

무덤들이 군데군데..눈에 띄었다.부모가 죽고나서 좋은 비석을 세운들

그것이 후손들 자신을 위한 대리 만족일 뿐 부모에 대한 예우는

오히려 살아 생전에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이 진정한 효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손이 관리하는 묘엔 비석과 상석.. 뗏장도 제대로 입혀져있지만

임자없는 묘엔 횡하니 떨어진 낙엽만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보니 군입대를 몇달앞둔 ..21살때가 떠오른다

74세되신 할아버지가 주무시다 돌아가셨다.호상이었다

 

화장터로 모신 시신은 불가마에 들어갔고

나는 화장장직원들이나 들여다 볼수있는 작고 동그란 불가마구멍에서

할아버지육신이 불에 타는 모습을 보았다

충격이었다..인생이 참으로 허망하단 생각을 처음 느꼈었다.

..

 

어릴 적 동네 뒤편의 공동묘지가 있어, 무덤 주변에서 놀았다.

상석이나 망주석 같은 석물들에 오르거나 봉분 뒤에 몸을 숨기고 숨바꼭질을 했고,

무덤의 경사면에서 미끄럼을 타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나무와 숲이 잎을 떨구고.. 가장 낮은 자세로 바람과 겨울을 견디는 것처럼

무덤들도 하얗게 잔디를 말리면서 산등성이를 훑고 지나가는 북풍을

고스란히 마주해야 하는 무덤들은 외롭다.

 

후손이있던,없던간에 망자는 그져 말없이 누워있다

묘를 아무리 호사스럽게 꾸민들 무슨 소용있겠나...

가면 그만 인것을...

 

찬바람에 낙엽이 한옹큼 떨어져 발밑에 나뒹구니

가없는 허무와 슬픔을 느낀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삶을 사는 친구들..

정겨운 선술집에서 깊은 우정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사위여 가던 가을밤이

어느새 발밑에 성큼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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