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쉼표하나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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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 ... 이맘때쯤이면 기나긴 겨울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한 번씩 몸살을 앓는 것을.. 그래서 나선 길..용인시 이동면 묵리.. 얼음으로 덮인 겨울 저수지에 가 본 적이 있는가? 겨울 저수지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숨죽인 정지의 시간을 보여주는 듯.. 고요 하고.. 쓸쓸하다. 긴 겨울속에..강태공들이 즐겨찾던 좌대엔 황량한 바람소리뿐.. 찬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드니 따끈한 고향집 아랫목 생각이 나고아궁이 장작불에 아침밥을 지으시던 어머니 생각도 간절해진다. 겨울저수지를 뒤로 하고 찾아 간곳..묵리 낚시터.. 넓은 주차장엔 4~50대의 차량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 겨울.. 손 맛이 그리울땐.. 가끔 이런 곳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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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는 밥.. 혼자 떠나는 여행이 가끔은 측은하게 여겨질때도 있다. 몇해 전.. 이혼 후 집을 나온 지 불과 며칠 만에 내가 경험한 건 컴컴한 집의 불을 켤 때마다 느껴지는 어둡고 습한 고독이었다. 어느 날엔.. 등을 덮쳐오는 고독감을 잊어보겠다며 밤낮 없이 중독자처럼 술을 마시기도 했다. 어느 날엔.. 이유도 없이 어두운 방구석에 앉아 울기도 했다. 생각하면 참 안쓰러운 날들이었다. . . 이젠 모두가 지난 일.. 담담하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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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나서니 하얀 눈으로 단장한 산이 새하얀 옷을 입고 서 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연과 자연이 어우러져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 가끔씩은 이런 날도 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눈을 맞아본다. 어릴적 추억을 생각하며..하얀 눈 위에 발자국도 남겨보고.. 발자국으로 꽃 모양도 만들어보고.. 눈을 뭉쳐서 멀리 던져보기도 했다. 어릴 적 눈이 오면 동산이나 꽁꽁 얼어붙은 논에서 온 몸에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눈썰매를 타다가 옷이 젖어 모닥불을 피워놓고 옷을 말리곤 했다. 가끔씩 양말을 태워먹고, 옷을 태워먹어서 혼나기도 했던 지난 추억을 회상 해본다. 지금 창밖엔 눈이 온다. 마른 나뭇가지들마다 하얀 눈을 소복하니 부둥켜안고 평온하게 쉬고 있다. 우리 삶도..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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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예로부터.. 굴뚝 연기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방과.. 따뜻한 밥의 상징이었다. 때맞춰 피어오르는 연기는.. 한때는 한 식구들 끼니를 뜻했고, 마을을 감싸는.. 넉넉한 평화의 때를 의미하기도 했었다. 하얀눈 내리는 날에..집앞에서 정겨운 굴뚝연기를 본다.몽글몽글 순두부같은 연기를 토해내고 있는 굴뚝연기를 보고 있노라니. 검정고무신..고드름..초가지붕..썰매..자치기..제기차기..구술치기.딱지치기..온갖 그리운 단어들이 눈처럼 소복소복 쌓인다. #2..산골 마을에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눈 내리는 들판에서 매서운 칼 바람이 불어오지만 굴뚝에 피어오르는 흰 연기가 산골 마을의 저녁을 푸근하게 해준다. 저녁 공기를 가르며 퍼져가는 구수한 밥 냄새와 장작 타들어가는 냄새는 가슴 속 깊이 숨어있던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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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돐도 안된 큰애와 신혼의아내를 홀로 집에 남겨두고 쿠웨이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중동취업.. 사랑하는 가족과의 첫 이별..그리고,난생 처음 타 보는 비행기.. 발밑 김포공항이 성냥갑처럼 작게 보일 즈음..무릎위로 하염없이 떨어지던 눈물..젊디젊은 사내는 그렇게 고향을 떠났다. 때론 섭씨50도가 넘는 엄청난 폭염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눈도 제대로 뜰수도 없었다. 모래바람이 일면  안개낀듯 온통 세상이 노랬다. 눈,귀..심지어 입안까지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 모래가루가 씹혔다.맑은 날은 드물었다.사계절이 뚜렷한 내 조국이 축복받은 나라임을 처음 깨닫게 해준 곳.. 건설붐이 일던 1970~80년대의 중동은 혈혈단신 고국을 떠나온 남자들의 땀내 가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