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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작업을 마치고 점심식사하러 구내식당입구에 들어서려는 순간.. 어디선가 잔잔한 음악이 흘러 나왔다 처음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린줄 알았는데 1층로비에서..바이올린과 첼로의 구성진 하모니.. 식사시간에 맞춰 4인조로 구성된(물론 군인이었지만) 잠깐의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동료들은 모두 3층식당으로 올라 갔지만 나는 1층로비에서 다섯곡이 다 끝날때까지 그들옆에서 ..그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연주곡을 들었다..장교와사병..그리고 군무원..민간인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둘..어느새 그들 주위를 가득 메웠다..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연주 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손뼉을 치며 연주에 맞춰 '케롤송'을 나직히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연주가 끝나자 여기저기"앵콜!" 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잠시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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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부안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영내에 버스가 운행된다.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서 그런지 아늑하기 그지없었다. 그 형세가 마치.. 어미가 아기를 품에 안고 재우고 있는 듯했다. 여기저기서 쉬지 않고 들리는 새소리마저 조용히 내려앉는 듯하고 세상의 분잡한 일들은.. 구름따라 흘러가버린 듯 일하는 와중에도 ..심신은 말할 것도 없고.. 영혼마저 자유를 얻는 것 같았다. 집 떠나온 젊은병사들을 포근히 감 싸고 있는 산은.. 조용히 명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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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0일 얼마전에 친구에게 쌀을 부탁해놨었는데 ..어제 방아를 쪄서 고향에서 쌀을 한가마 싣고왔다 지난 봄 ...친구고향인 양평에 친구랑 함께 내려가 모내기를 도와주고 왔는데..벌써 쌀을 수확했단다.. 내 먹을거 조금 덜어놓고..아들직장으로 갔다.. 아들차에 쌀을 실어주고 떠나려는데..어느새 녀석이..차안으로 봉투를 밀어 넣었다.. 만나면 늘 하는말.. '배곪지 말라'고.. 기특한 녀석.. 열어보니.. 두둑하니 돈이 들어있었다. "아버지~ 잘먹을께요~" 운전조심하고 잘 다녀오세요.. "그래.. 고맙다~ 아들아 ..잘쓸께~" 근데 왜..맘이 짠할까.. 아버지와 아들.. 죽어서도 가슴에 안고 갈 영원한 그리움..인 갑다.. 아들과작별을 나누고 쉬지않고.. 열심히 달려왔는데두 진해까지 근 5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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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는.. 전철을 타고.. 수채화 같은 가을 풍경을 차창으로 감상했습니다 가을비 온 뒤 갑자기 단풍 색이 짙어지고.. 발길에 나뭇잎 하나라도 채이면 마음은 괜시리 서글퍼지고.. 시선은 먼 산 그림자를 쫓으며 이유 없이 글썽 거려집니다 오늘은 34번째.. 결혼기념일 입니다. 주인없는 기념일을 자축하고 있었습니다. 촛불이 어둠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와인 한 모금에 마음은 가랑비처럼 젖어만 갑니다.